한여름 멱 감으러 달려가던 길목에
나지막한 돌담 너머 늘어진 가지마다
보랏빛 탐스런 자두가 익어가고 있었지
텃밭의 옥수수나 감자가 영글기 전
덤불딸기 오디 같은 시답잖은 주전부리
헛헛한 악동들 입에 군침이 고였네
툇마루에 목침 베고 주인 영감 조는 틈에
서리해온 자두를 소 가운데 던져 넣고
칼헤엄 자맥질하며 건져 먹곤 했었지
입술이 파래지면 바위 위에 엎드려
덜 익어 내던졌던 자두라도 먹어보려
주워다 깨물어보곤 시큼함에 몸서리
벌초 길에 아른아른 옛 생각이 떠올라
돌담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니
잡풀이 무성한 것이 흉가가 되었구나
머리칼 헝클어진 야생목 앞에 서서
시린 듯 아득한 추억에 잠기노라니
친구들 잰걸음 소리 귓가에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