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박 효신
하얗게 피어난 얼음 꽃 하나가
달가운 바람에 얼굴을 내밀어
아무 말 못했던 이름도 몰랐던
지나간 날들에 눈물이 흘러
차가운 바람에 숨어 있다
한줄기 햇살에 몸 녹이다
그렇게 너는 또 한번 내게 온다
좋았던 기억만
그리운 마음만
니가 떠나간 그 길 위에
이렇게 남아 서있다
잊혀질 만큼만
괜찮을 만큼만
눈물 머금고
기다린 떨림 끝에
다시 나를 피우리라
사랑은 피고 또 지는
타버리는 불꽃
빗물에 젖을까 두 눈을 감는다
어리고 작았던 나의 맘에
눈부시게 빛나던 추억 속에
그렇게 너를 또 한번 불러본다
좋았던 기억만
그리운 마음만
니가 떠나간 그 길 위에
이렇게 남아 서있다
잊혀질 만큼만
괜찮을 만큼만
눈물 머금고 기다린 떨림 끝에
다시 나는
메말라가는땅 위에
온몸이 타 들어가고
내 손끝에 남은
너의 향기 흩어져 날아가
멀어져 가는 너의 손을
붙잡지 못해 아프다
살아갈 만큼만
미워했던 만큼만
먼 훗날 너를 데려다 줄
그 봄이 오면 그날에 나 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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