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감 준비를 합시다.”
평소와 다름없는 대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바닥을 빗자루로 쓸어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손님들이 모두 인사를 하고
가게를 떠날 때까지 인간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공기가 습해요. 아침에는
비가 오려나 봐요. 아무렴 어때요.
할머니도 없는데요.
대장은 뭘 하는 걸까요?
주방 구석에서 종이 상자에 뭔가를
집어넣거나 노트를 찢어
빼곡히 뭔가를 적고 있어요.
평소였으면 뭐냐고 물어봤겠지만,
지금은 별로 대화란 게 하고 싶지 않아요.
어슴프레한 새벽을 바라보던
나는 아직 떠나지 않은 인간에게 걸어가요.
가정식 백반 일 인분에
만월주 한 병, 숲고등어 세 마리 추가.
많이도 먹었어요. 대장 말대로
인간이 식당에 오는 건 가게에
손해인 것 같아요. 물벼룩은 고작
숲고등어 꼬리나 쪽쪽 빨다가 가버렸거든요.
물론 값은 모두 치르고요.
“아, 배고파.”
나는 인간의 맞은 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요. 반쯤 남은 숲고등어
살점을 하나 집어 먹으려다
그냥 내려놓아요.
“먹어도 돼.”
한쪽 팔로 턱을 괸 채 인간이
중얼거려요. 츄르를 바라보면서요.
자기가 먹을 것도 아니면서 츄르는
왜 저렇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고양이 식당에서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도,
인간이 주는 츄르는 맛있었어요.
대장의 말에 따르면 온갖 첨가물
범벅의 불량식품에 불과한데,
그래도 역시 맛있었어요.
“이제 문을 닫을 시간입니다.”
대장이 인간에게 다가와 말해요.
몽롱하던 인간의 눈이 다시 초점을 찾아요.
정신을 차리려는 건지 인간이
푸르르 고개를 흔들며 대장을 바라봐요.
“이야기 값은 충분했나요?”
“아뇨.”
먹어치운 게 얼만데 값을
다 치렀다 생각하는 걸까요?
인간의 얼굴에 잠시 죄책감이 스쳐 가요.
늘 그렇듯 무심한 표정으로 대장이 말해요.
“다른 것으로 값을 좀 치렀으면 합니다만.”
“무엇…으로요?”
“가족을 버렸다고 하셨습니까?”
“네.”
“그럼 새로운 가족을
찾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족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해요.”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언제적 얘길. 인간만큼
혼자 살기에 적합한 동물은 없어요.
아주 이기적이고, 잔인하거든요.”
인간이 삐딱하게 웃어요.
대장은 잠시 한 손으로
턱을 쓸며 중얼거려요.“
“그렇다면, 더욱 혼자 살아서는 안 되겠군요.”
“네?”
“감시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이기적이고 잔인한 존재들이
이 지구를 완전히 파괴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뭐라고요?”
“지구가 없어진다면 식당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테니.”
두리번거리던 대장이
내 목덜미를 물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싫다면 뭐든 좋겠죠.
공동체? 룸메이트? 동거묘?
어떤 이름을 쓰든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