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나와 인간은 대장과 서로를 번갈아가면서
바라보았어요. 잠시 침묵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인간이 외쳤죠.
“언제 봤다고요!”
내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 말을 인간이 먼저 한 게
조금 불쾌하게 느껴졌어요. 대장은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별로 당황하지도 않은 얼굴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죠.
“손님은 집이 있고, 저희 점원은
보시다시피 아주-.”
내 털은 잔뜩 부풀어 있었어요.
대장이 나를 두 손으로 소개하듯 가리켰죠.
“-따뜻한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죠?”
인간은 황당하다는 목소리였어요.
“서로 필요한 부분을 가지고 있으니
함께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따뜻한 털이… 제게 필요한가요?”
“네, 분명.”
“아니 잠깐, 대장!”
인간은 당황한 듯했지만,
다시 대답했어요.
둘 다 내 목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는 걸까요?
“필요하다고 해도…
그런 이유로 함께한다니…
그런 건 좀….”
“이상한가요?”
“아무래도 함께 산다는 건
아주 개인적인 부분까지 공유한다는 뜻이고,
그런 건 가족끼리나.”
“그럼 가족이라고 부르면 되겠군요.”
“아뇨, 그런 걸 가족이라고 부를 순 없어요.”
인간의 목소리가 단호했어요.
마치 아까 일요일에 교회에 가던 이야기를
할 때처럼 차갑고 바삭거리는 목소리.
나는 굉장히 불편한 기분으로,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이 상황을
잠시 지켜보았어요.
처음에는 대장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쩐지
점점 인간이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렸어요.
“필요한 것을 교환할 수 있다고 해서
가족이 될 순 없어요. 계산적인데다가
비윤리적인 일이죠. 게다가 따뜻한
털 같은 게 무슨 쓸모가 있다고.”
인간이 휙 가방을 채어 들고
몸을 일으켰어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바람처럼 등을 돌려요.
황급히 문밖으로 나서는
뒷모습을 노려보며 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죠.
“잠깐!”
나는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어요.
꼬리부터 털이 거꾸로 서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깜짝 놀란 인간이 나를 휙 돌아봐요.
“제가 언제 당신 가족이 된다고 했죠?”
거절은 생각하지도 않은 걸까요?
인간의 눈동자가 흔들렸어요.
대장은 우두커니 선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도통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이에요.
“제 허락이 먼저 아녜요?”
“아, 그러니까, 난 마음에
안 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저는!”
나는 인간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어요.
“그냥 고양이가 아니에요.”
최대한 또박또박 말하려고 애썼어요.
뭔가,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아주 특별한 고양이죠.”
결정은 어디까지나 제가 하는 거예요.
가족이 될지 말지,
인간과 함께할지 말지 같은 걸 정하는 쪽은
반드시 고양이죠.
할머니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무리 아기 때라도 알 수 있었는걸요.
할머니의 그 다정한 냄새나
주름진 손의 온도 같은 게
제 맘에 꼭 든다는 걸.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난 그냥 길에서 얼어 죽었을 거예요.
고양이는 그런 존재거든요.
“당신에게 거절할 권리는 없어요!”
놀란 인간이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걸어오다가
문턱에 걸렸어요.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빨간 구두 굽이 부러졌어요.
가방도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죠.
인간이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어요.
“안돼!”
가방 문이 열리는 순간,
영롱한 소리를 내며 반짝이는
츄르들이 쏟아졌어요.
나는 바닥에 흩어진
츄르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보십시오.”
대장은 태연한 얼굴로
인간을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필요하지 않습니까.”
인간은 내 시선을 피해
츄르를 가방에 허겁지겁
집어넣었어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지만, 뭐랄까, 저 인간은
날 좋아해요. 알 수 있어요.
설명하긴 힘들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