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야.
4교시 수업에 맞춰
부모님들이 오시기로 되어 있어.
다운이는 아침부터
배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게 아니라면 머리가 아프거나,
아니면 지독한 태풍이라도 불어서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오늘은 모두가 조별 발표를 해야 하는 날이라
다운이는 도망칠 방법이 전혀 없어.
다운이는 긴장감 때문에
괜한 코딱지만 몇 번을 파냈는지 몰라.
"이든아. 너희 부모님 오늘 오신대?"
다운이는 이든이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서 말을 걸었어.
"응 아빠는 출근 때문에 안되고,
엄마만 온대.
3교시에 우리 형네 교실에 갔다가 올 거래."
이든이는 잔뜩 기대에 부푼 얼굴로
엄마를 기다리는 모양이야.
"그래? 좋겠다.
나는 엄마, 아빠 다 온다는데 걱정이야."
"왜 걱정이야?
나도 엄마, 아빠 둘 다 오면 좋겠다."
기대에 찬 이든이와 달리
다운이는 오늘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야.
"오늘 참여해 주신 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은 지난 일주일간 모둠별로 조사했던
존경하는 위인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다 같이 1 모둠의 발표부터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1 모둠 나오세요."
선생님은 수업 종이 울리자마자
모둠별 발표로 수업을 시작하셨어.
1모둠 아이들이 교실 앞으로 나가
순서대로 발표를 시작했어.
"안녕하세요. 1 모둠 김하은입니다.
우리 모둠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를 극복하고
작가이자 인권운동가가 된
헬렌 켈러에 대해서 발표하겠습니다."
하은이의 발표 소개가 끝나고
곧바로 구영이의 발표가 시작되었어.
"안녕하세요. 1 모둠 한구영입니다.
세 가지 장애를 갖고 있던
헬렌 켈러의 곁에는
훌륭한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바로 설리반 선생님이었습니다."
구영이와 1 모둠 친구들의 발표가 계속되었지만,
다운이의 귀에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다운이는 발표 순서를 기다리며
긴장을 풀어보려고
자꾸만 코에 손을 가져갔지.
'앗 따가워. 손톱으로 콧구멍을 찔러 버렸잖아.
아이 짜증 나 정말.'
다운이는 코딱지를 파는 일에 열중하다가
또다시 콧구멍을 찔렀어.
'아야 아야. 아우....'
그 모습을 본 이든이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선생님을 불렀어.
"선생님. 다운이 코피 나요.
피 많이 나는데..."
선생님과 교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일
제히 다운이를 쳐다봤어.
그리고 선생님은 다운이를 걱정하며
휴지를 건넸지.
"어머나. 다운이 괜찮니?
자 여기 휴지로 막고
코 위쪽을 좀 누르고 있도록 해.
다운이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코피가 왜 흘렀는지
다운이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어.
다운이는 부끄러움을 참을 수가 없어서
눈물을 터뜨렸어.
"으앙. 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