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나고 내 손가락은 비워졌다.
길다란 손가락 위 알록달록하던 사랑들이
그와 함께 시린 기억 너머로 사라졌다.
햇살이 밝게 드리우는 날이면 외로워 졌다.
거울 앞에 앉을때마다 아롱진 슬픔이 되살아 났다.
흐르는 눈물이 손가락에 걸려 반짝였다.
그렇게 몇번의 봄이 오고 또 몇번의 겨울이 갔다.
어느 빛나는 봄날 오후,
하늘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눈부신 하늘,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햇살을 가리려
이리저리 휘저었다.
문득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는 나를 알아챘다.
그리고 손가락에 달린 사랑을 발견했다.
봄 햇살보다 영롱한 에메랄드 빛 반지
잘 견뎌낸 것에 대한 신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