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넘치는 시약은
파란색이어서
그날 바라봤던
사랑했었던
너의 모습을
지워 낸다
날 내려다보던
너의 맑은 눈도
분명 보인 듯한
반짝거리는
너의 눈물도
녹이 슨 기계장치는
조용히 울고
오늘도 그 자리에 머무르는
너는 나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고서는
이윽고 말없이
뒤돌아서서
레버를 당겨
여전히 흐르는
청회색 하천은
무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걸까
외곽의 하늘은
너무나 높아서
계속 웃어 봐도
울어 봐도
부술 수 없어
끓어오르는 감정은
반투명하니까
너의 손을 잡을
수가 없었던
어느 날의 기억을 지워
날 안아 주었던
너의 형체도
공장에서 다시
찍어내고는
납품하겠지
여전히 흐르는
청회색 하천은
무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걸까
외곽의 하늘은
너무나 높아서
계속 웃어 봐도
울어 봐도
부술 수 없어
하얀색 머리카락은
날 간지럽히고
나를 올려다보는
푸른 눈동자
마음이란 건
무엇일까
돌아오지 않는
너를
다시 껴안고는
마치 사랑한 적 없었다는 듯
버튼을 눌러
언젠가 증명했었던
사랑의 존재성
실험실 문을 열고
불을 켜고
네게 웃어 봐
스며든
녹색 무언가
돌아갈 수 없는 거야
끝없이 늘어선
복제 샘플도
소용 없는걸
내가 떠나왔던
초록빛 과거는
이제 그리워도
사랑해도
보내야 하니까
아름다웠던
별내의 하늘은
먼지 한 점 없이
맑으니까
닿을 수 없어
흘러가는
청회색 하천은
무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걸까
외곽의 하늘은
너무나 높으니
계속 웃는 만큼
우는 만큼
널 사랑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