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는데?”
접시에 담은 민물바다포도전을
앞에 내려놓자 맨손으로
허겁지겁 입에 집어넣습니다.
행복한 미소가 떠오른 걸 보니 하던
얘기는 다 잊었나 보군요.
단순하다는 점이 녀석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제 헛소리는 그만하고 먹기나 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는 걸 보니 음식이
썩 마음에 드나 봅니다. 전을
우물거리며 녀석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나도 손님이니까 값은 치러야지.
무슨 얘길 할까? 그래, 이게 좋겠다.
들어봐. 어제 온 손님은 말이지.
최근 삼 년 동안의 기
억을 지우고 한 살 때 기억을
다시 붙여 달라고 왔었어.”
“한 살 때의 기억?”
“글쎄 걸음마를 했던 순간의
기억을 되찾고 싶다는 거지.
근 삼년 동안 계속 시험
준비를 했나 봐.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까
자기가 무언가를 성공했던
기억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게 되더래.”
한 손으로 전을 더 구우라는
손짓을 하며 양이 말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자신이 처음으로
일어섰던 기억을 찾고 싶다는 거야.
수백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던 때의
기억 말이지. 시험 때문에 기억을
지우러 온 사람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걸음마 하던 기억을 붙여
달라는 손님은 또 처음이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이미 어린 시절의 기억은
거의 다 잘려 나갔지만, 뒤통수에
갓 태어났을 때의 머리카락이
좀 남아 있더라구. 삼 년 동안의
가장자리를 말끔하게 잘라내고
한 살 때 기억을 붙여 줬더니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가던데?
역시 미용이라는 건 대단한 일이야.”
말을 하는 동안 몇 장 더 구워진
전이 도마 위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녀석은 접시에 남은 전을 집어
입속에 넣으며 말합니다.
“그나저나 이 전 정말 맛있군.
갈 때 좀 싸주면 안 될까?”
“염치를 붙이는 법은 모르는 거지?”
전을 한 장 더 잘라 접시에
담아 건넵니다. 눈살을 찌푸리며
도시락을 가지러 가는 사이, 식당
입구에서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찬 바람이 훅 밀려듭니다.
“저… 혹시…”
긴장한 듯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양과 저는 소리가
난 곳을 동시에 바라봅니다.
“여기… 고양이 식당인가요?”
맞잡은 작은 손과 잔뜩 처진 어깨.
사연이 있어 보이는군요.
“네, 여기가 고양이 식당입니다.
어서 오시죠.”
아직 새벽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다음 손님을 맞이할 시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