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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루스 숲의 가문비나무

오늘
Album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9Lyrics 오늘Composition Mate Choco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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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요.”
하긴 지금 음식이 중요한 게 아니겠죠.
하지만 제게는 중요합니다.
달콤한 음식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으니까요. 대단한 해결책을
줄 순 없지만, 대단한 디저트를
만드는 건 제 전문이죠.
“그 가방은 옆에 내려두고
편하게 앉아서 기다려주시죠.”
울먹거리던 해달이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가방을 주섬주섬
벗어 옆자리에 내려놓습니다.
뭔가 미묘하게 신이 난 얼굴로
양 녀석이 해달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봅니다.
꺼내두었던 밀가루가 있으니
이것으로 마들렌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마들렌은
조개껍데기 모양의 틀에 촉촉한
반죽을 구워내 독특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 디저트입니다.
지금부터 만들 마들렌에는
조금 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죠.
알래스카의 스프루스 숲 깊은
곳에는 뿌리 색이 일곱 가지인
가문비나무가 있습니다.
한겨울에 뿌리 부분의 흙을 파보면
영롱한 빛깔의 색소를 추출할 수
있는데 아주 조금씩만
추출하는 것이 규칙이죠.
단 한 방울로도 진한 색을
낼 수 있어 한 번 추출해 놓으면
몇 년은 거뜬히 쓸 수 있습니다.
특유의 달콤한 풍미가 디저트의
품격을 한 층 높여줍니다.
오늘은 그걸 사용해 볼 겁니다.
먼저 오븐을 예열해 두고
마들렌 틀에 버터를 바르고
밀가루를 살짝 뿌립니다.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등 마른 재료와
소금을 섞어 큰 체로 쳐서 섞고
달걀과 설탕을 넣어 가벼운
색 날 때까지 휘핑합니다.
버터와 레몬 제스트, 바닐라
익스트랙, 우유를 섞어 반죽을
완성한 뒤에 작은 볼 일곱 개를
꺼내 조리대 위에 늘어놓습니다.
“제가 아까 문 앞에서
들었는데요.”
힐끔거리며 마들렌을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던 해달이
문득 양을 바라보며 묻습니다.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양이
되묻습니다. 해달 씨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일곱 개의 볼에 똑같은 양의
마들렌 반죽을 담은 뒤
스포이드로 가문비나무 색소를
한 방울씩 떨어뜨립니다. 그윽한
향기와 함께 아지랑이처럼
아름다운 빛깔이 반죽에
퍼져 나갑니다.
“와….”
해달 씨와 양 녀석도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탄성을
터트립니다. 언제 맡아도
행복해지는 향기군요. 주걱으로
반죽을 잘 섞어 짤주머니에
담아 차례대로 놓습니다.
홀린 듯 조리대를 보는
양의 팔을 해달 씨가
톡톡 작은 손으로 건드립니다.
“진짜예요?”
“어?”
“기억 잘라준다는 거.”
“아-, 뭐 그렇긴 한데.”
양의 대답을 들은 해달의
얼굴이 순간 환하게
밝아집니다.
“그럼-.”
“근데 나는 사람만 상대해.
머리카락만 취급하거든.
동물한테 있는 건 털이잖아.”
“그치만…”
“이게 깊이 들어가면 파충류나
곤충 차별이 될 수도 있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털과 피부로 보느냐, 이런
생각보다 곤란한 문제가 있거든.
직업적 특성으로 이해하면 돼.”
양이 먼 산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저는 조개껍데기 모양의 틀에
일곱 가지 색깔의 반죽을
채운 뒤 팬을 들고 오븐으로
갑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해달이 녀석에게 되묻습니다.
“그러니까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신다는 거죠?”
어깨를 으쓱하며 양이
대답합니다.
“당연하지. 내가 자를 수
없는 건 없어. 어디까지나
윤리적 차원의 문제지.”
“그럼 제발 제 기억을 잘라주세요.
모양은 상관없어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제발요.”
“그렇게 말해도
안 되는 건 안 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 아녜요?”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되묻는
해달의 말에 양이 살짝
눈살을 찌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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