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박일곤
그대가 변해가네요
나는 언제나 그대로인데
날 사랑하던 그대
나만 바라보던 그대
조금씩 변해 가네요

그대가 아파하네요
항상 날 보며 웃던 그대가
자꾸 울고 있네요
나를 아파하네요
조금씩 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가봐요

나 어떻게 살아요
이렇게 그댈 닮았는데
말투 하나까지 그대만 따라하는 날
안돼요 그댈 지우다보면
나도 모두 지워지는 걸 모르나요

처음으로 그댈 모른채
하루 살아보는 연습했죠
그대만 빼고는 달라진게 없다며
우는 날 달래고서 하루하룰 보냈어요

나 어떻게 버려요
그댈 그리는 습관들
아침을 깨우던 그대의 목소리마저
안돼요 죽어도 난 안돼요 제발
잊으라는 그 말만 하지마요

하루 하나씩 아주 천천히 지우다 보면
그 날이 내 눈 감는 날이 되겠죠

나 어떻게 살아요
이렇게 그댈 닮았는데
말투 하나까지 그대만 따라하는 날
안돼요 그댈 지우다보면
나도 모두 지워지는 걸 모르나요

난 그대만을 위한 지우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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