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역졸 하나 질청으로 급히 와서
무슨 문서 내여 놓고, “어사또 비간이요.” 붙여노니
육방이 손동헌다.
본관의 생신잔치 갈데로 가라 허고
출또채비 준비할 적, 공방을 불러 사치를 단속,
포진을 펴고 백포장 둘러라. 수로를 불러 교군을 단속,
남여줄 고치고 호피를 얹혀라. 집사를 불러 흉복을 차리고,
도군도 불러 기치를 내여, 도사령 불러 나졸을 등대,
급창이 불러 청령을 신칙허라.
통인을 불러 거행을 단속, 육지기 불러,
너는 살찐 소 잡고 대초를 지어라.
별감상 많이 내야, 비장 청영청 착실히 보아라.
통양빗 내여 역인마 공저,
도서원 불러 결부를 서서히 조사케 차려라,
도군빗 불러, 군총을 대고, 목가성책 보아라,
수형방 불러, 옥안, 송사, 탈이나 없느냐,
군기 불러, 연연가, 옳으냐, 문서 있고,
수삼 아전 골라내여 사령빗 내여라
계방을 불러 기생 행수으게 은근히 분부하되,
어사또 허신 모냥, 서울 계신 양반이라
기생을 귀히 허니, 읍사희도 탈이 없이 착실히 가라쳐라.
어사또 거동 봐라.
“어, 이리 허다가는 이 사람들 굿도 못 보이고 다 놓치겄다.”
마루 앞에 썩 나서서 부채 피고 손을 치니,
그때으 조종들이 구경꾼에 섞여 섰다,
어사또 거동 보고 벌떼 같이 달라든다.
육모 방망이 들어메고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메고,
달 같은 마패를 해 같이 들어메고 사면에서 우루루루루루,
삼문을 와닥 딱, “암행어사 출도여, 출도여, 암행어사 출도하옵시다.”
두세번 부르난 소리, 하늘이 덤쑥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수백명 구경꾼이 독담이 무너지닷이 물결같이 흩어지니
항우의 음아질타 이렇게 무섭든가? 장비의 호통 소리 이렇게 놀랍든가?
유월의 서리 바람, 뉘 아니 떨겄느냐?
각읍 수령은 정신 잃고 이리저리 피신할제, 하인 거동 장관이라.
밟히나니 음식이요, 깨지나니 화기로다.
장구통은 요절하고, 북통은 차 구르며,
뇌고소리 절로 난다. 저금줄 끊어지고,
젓대밟혀 깨야지며, 기생은 비녀 잃고 화젓가락 찔렀으며,
취수는 나발 잃고 주먹 쥐고 흥행흥행,
대포수 총을 잃고 입방포로 꿍
이마가 서로 다쳐 코 터지고 박 터지고
피 죽죽 흘리난 놈, 발등 밟혀 자빠져서
아이고 아이고 우는 놈, 아무일 없는 놈도 우루루루루루
달음박질, “허허, 우리 고을 큰일났다.”
서리, 역졸 늘어서서 공방을 부르난듸,
“공방, 공방, 공방” 역졸이 우루루루루루 달려들어 후닥 딱.
동에 번뜻허며 서에 번뜻하고,
어찌 때려 놓았던지 어깨쪽이 무너졌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