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박 바가지

감자공주
Album : 감자공주의 전래동화집 Vol.3 [이야기 주머니]
옛날 옛날 깊은 산속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았어요. 어느 날 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잠을 자는데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도둑은 훌쩍 담을 넘더니 살금살금 마루 위로 기어올라 왔어요.
도둑이 마루에 올라서는 순간 ‘삐거덕!’ 하는 소리가 났어요. ‘이크, 깜짝이야.’ 도둑은 낡은 마루가 내는 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방 안에서 쿨쿨 잠을 자던 할머니가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어요.
그리고 옆에서 자고 있는 할아버지를 깨웠지요.
“영감,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났어요. 한번 나가 보세요.” 이 소리를 들은 도둑은 그만 가슴이 철렁해서 마룻바닥에 얼른 납작 엎드렸어요.
할아버지는 잠을 자다가 밖에 나가는 것을 제일 싫어했어요.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며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할멈, 이 밤중에 무슨 일이 있겠소? 마루 밑에서 쥐들이 찍찍 대는 소리겠지.” 할아버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어요. 그러자 할머니는 미심쩍은 듯이 대답했어요. “쥐 소리가 아니었는데…….”
방 안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하는 말을 들은 도둑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마음을 놓으라고 얼른 쥐 소리를 냈어요. “찍찍, 찍, 찍찍.” 이 소리를 들은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말했어요. “저것 보구려. 밖에 생쥐녀석들이 와 있는 모양이구료.” 그런데 할머니는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쥐 소리 치고는 너무 큰 소리가 났다구요. 아무래도 도둑이 든 게 분명해요. 어서 나가보세요.” “에이, 할멈도. 그럼 고양이 소리인가 보지.” “고양이 소리는 아니었잖수. 아, 영감. 그러지 말고 어서 한번 나가 보시구려.” 할머니는 자꾸만 할아버지에게 밖에 나가보라고 했어요.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오면 자기를 볼 게 분명하니, 도둑은 마음이 급해졌어요. 그래서 얼른 고양이 소리를 냈지요.
“야옹, 야옹!”
“저것 보구려. 고양이 소리가 맞잖소. 이제 어서 잡시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번에도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것 참 이상하네~ 고양이 소리치고는 너무 굵어요. ” “고양이 소리치고 굵다면 개 짖는 소리겠지” 할아버지의 말에 도둑은 얼른 “멍, 멍멍!” 하고 개 짖는 소리를 냈어요. “저것 보구려. 개 짖는 소리가 맞구먼.” “아니, 영감. 내가 우리집 개 짖는 소리도 모르겠어요? 어서 나가 보세요!”
할머니는 밖에 도둑이 들었는지, 누가 왔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밖에 나가기 싫은 할아버지는 또 대충 둘러댔어요.  
“개 짖는 소리가 아니라면 송아지 소리인 게지.”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마자 도둑은 얼른 “음매, 음매!” 송아지 소리를 냈어요. “맞구먼, 맞아. 송아지 소리가 맞아.”
“아니에요. 내가 송아지 소리도 모르겠어요?” “어허, 그럼 코끼리 소리인 게지.”
할아버지의 말에 도둑은 순간 움찔해서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어요.
이번에는 코끼리 소리를 내야 할 텐데 한 번도 코끼리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거든요. ‘당췌 코끼리 울음소리가 뭐더라? 어허, 이거 참 큰일이군. 이러다 들키겠는걸? 에라, 모르겠다.’ 도둑은 마음이 급한 나머지 얼른 코끼리 소리를 지어냈어요.
“코오오 끼리끼리! 코오오 끼리끼리!” 그러자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깜짝 놀랐어요. “에구머니나? 이게 무슨 소린고? 생전 처음 듣는 소리네? 영감, 저 소리가 코끼리 소리유?” “글쎄, 나도 코끼리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뭐, 코~ 하고 끼리끼리 하는 걸 보니 코끼리 소리가 맞나 보구려.”
그러자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할아버지에게 핀잔을 주었어요. “아이, 영감. 우리 동네에 무슨 코끼리가 있어요? 그러지 말고 어서 좀 나가 보시구려.” 할머니의 등쌀에 할아버지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아이고, 할멈. 귀찮아 죽겠구먼.” 할아버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갔어요. 순간 도둑은 깜짝 놀라 얼른 부엌으로 몸을 피했어요. 그런데 부엌에 들어가 보니 마땅히 숨을 데가 없었어요!
‘어이쿠, 큰일났다. 숨을 데가 없네? 이를 어쩐담?’
우왕좌왕하던 도둑은 부엌 구석에 커다란 물 항아리가 있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 저 항아리에라도 들어가 숨어야겠다. 에잇’  
도둑은 급해서 차가운 물이 가득 들어있는 항아리에 들어가 쭈그려 앉았어요. ‘아유, 차가워라. 그래도 들키지만 않으면 됐어. 어라? 그런데 얼굴을 물속에 넣을 수 없으니, 이를 어쩐다?’
눈을 멀뚱멀뚱 뜨고 고민을 하는 순간, 부뚜막 옆에 놓여있는 바가지가 눈에 띄었어요. ‘그렇지! 바로 저거야!’ 도둑은 바가지를 집어 얼른 머리에 뒤집어썼어요.
한편 마루로 나온 할아버지는 어두컴컴한 마당을 구석구석 둘러보았어요. 아무것도 눈에 띄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부엌으로 들어갔어요. 역시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어요. 다만 구석에 놓여 있는 커다란 물 항아리에 둥근 바가지가 엎어져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바가지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어요. “이건 뭘까? 바가지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자 도둑은 가슴이 철렁해서 얼른 이렇게 말을 했어요.
“박박, 바가지! 박박, 바가지!” 그러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으음, 바가지가 맞구먼. 하아암.” 할아버지는 길게 하품을 하더니 방으로 들어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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