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연어 샌드위치

오늘
Album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6
Composition : 오늘
Composing : Mate Chocolate
“식사의 값은 이야기로 지불하시는
것이 규칙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돈을 안 내고도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니,
그런 요상한 식당이 있는 걸 알았으면
진즉에 왔을 텐데!”
흐음. 어쩐지 콧수염이 간지러워
한 손으로 쓸어 봅니다.
지나치게 수다스러운 손님이군요.
말이 많다는 건 제게는 이득인
일이지만, 값으로 지불받는 게
아니라면 시끄러운 것은 딱 질색이라.
게다가, 저 꼬리는 발톱을 세워
한 번쯤 잡아보고 싶을 만큼
부산스럽게 움직이는군요.
아직도 본능이라는 것이 남아 있는
걸까요?
모든 손님은 동등하게 대하는 것이
고양이 식당의 원칙입니다.
그것이 설령 쥐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오늘 메뉴는 샌드위치입니다.”
“샌드위치라는군!”
“…….”
모르모트는 테이블에 코를 박은 채
대답하지 않는 비글의 등을
작은 손으로 팡팡 두드립니다.
“오해 마시오, 주방장 양반!
이 친구는 아주 말수가 적을 뿐이지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아니니까!”
“님, 자를 붙여주시겠습니까.”
“뭐요?”
“제가 손님을 생쥐라고 부르는 게
예의가 아닌 것처럼.”
“……!!”
모르모트의 얼굴이 확 달아오릅니다.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려던
말을 마저 합니다.
“주방장 양반이 아니라
주방장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하겠죠.”
“거 말이 지나치군!”
“말, 씀.”
“뭐요?”
“말이 아니라 말씀이 지나친 것입니다.”
아무래도 예의가 없는 손님은
곤란하니까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뭐라
말을 하려는 모르모트를 뒤로 하고
보온병을 조리대 한쪽에
정리해 둡니다.
“상당히 소심한 양반 아니, 주방장이군!”
뭐라고 투덜거리는 생쥐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재료들을
살핍니다. 대나무 바구니 안에
바싹 마른 빵 조각 몇 개가
남아 있습니다. 그 옆에는
병에 담긴 마멀레이드. 100g이
조금 넘겠군요. 죠르죠 씨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나무딸기 마멀레이드입니다.
샌드위치 두 개를 만들고 나면
끝이겠군요.
죠르죠 씨는 멸종된 동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인간들이 발견하지 못한 지중해
한가운데 섬에서 살아가고 있죠.
틈날 때마다 매번 식당에서 쓸
잼이나 마멀레이드를 가져다주곤
하는데 이번에는 좀 빨리 동이
나겠군요.
냉장고에는 뭐가 있을까요.
문을 열어봅니다. 차가운 냉기를
마주한 채 잠시 고민에 잠깁니다.
선반 한가운데 핑크빛 아름다운
연어가 있습니다. 저건 절대 손님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말려
먹어도 쪄먹어도, 생으로 먹어도
환상적인 연꽃 연어. 이 시기에
가장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이
좋습니다.
샌드위치 재료로 이만한 게
없을 텐데…, 어쩔 수 없군요.
최대한 얇게 썰어 제 몫을 남겨
두고 내어주는 수밖에.
“구경 좀 해도 됩니까?”
의자에서 내려온 생쥐 아니,
모르모트 씨가 조리대에 빼꼼
얼굴을 내밀고 묻습니다. 저는
대답 없이 연어를 꺼내 도마
위에 놓습니다. 마른 수건으로
꾹꾹 눌러 물기를 제거하고 날이
선 칼로 살점을 얇게 저미기 시작합니다.
“무슨 생선이요? 색이 무척 고운데.”
지켜보고 있던 모르모트 씨가 묻습니다.
“연꽃 연어입니다. 색보다
향이 더 근사하죠.”
“생선이란 생선은
다 먹어 본 줄 알았는데,
난생 처음 보는 생선이군요.”
모르모트 씨가 작은 탄성을
내뱉으며 중얼거립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비글을 보며 외칩니다.
“자네가 좋아하는 연어일세! 정말 오길 잘했지?”
테이블에 앉아 물끄러미 ‘
이쪽을 보던 비글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 조각만 맛을 좀 볼 수 없겠소?”
“…….”
“따악-! 한 조각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눈치를 살피며
모르모트 씨가 다시 묻습니다. 흘러나오는
한숨을 삼키며 연어를 한 조각 썰어
접시에 담아 건넵니다.
“여기 있습니다.”
뛸 듯이 행복한 얼굴로 접시를 받아든
모르모트 씨가 후다닥 달려가 비글의
입에 연어를 쏙 집어넣습니다.
“맛이 어떤가? 자네 연어를
제일 좋아하잖아!”
채소를 준비해 볼까요.
눈이 휘둥그레 커진 채 힘차게
우물거리는 비글을 힐끔 본 뒤,
개수대에 담긴 채소 바구니를
가지러 갑니다.
“저 녀석이 말수가 적긴 해도
아주 미식가요. 저런 표정은
근래 본 적이 없는데 아주 맛이
좋은가 봅니다.”
다시 조리대로 돌아오니
모르모트 씨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최고의 요리사가 공수한
최고의 식재료가 맛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로메인과 각종 채소들을 적당한
크기로 찢으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좀 이상하게 보이지요?”
모르모트 씨가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
“비글이 저리 말이 없는 건
처음 봤을 거 아닙니까.”
글쎄요. 그보다는 이렇게
수다스러운 생쥐 아니,
모르모트가 조금 더 이상한 쪽이
아닐는지.
속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침묵 속에
숨긴 채 채소를 마저 다듬습니다.
모르모트 씨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엽니다.
“원래 성격이 그런 건 아닙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아주 평범하게 시끄러운
비글이었으니까.”
토마토와 양상추, 얇게 저민
양파, 말린 마늘, 몇 가지 치즈들을
꺼내 가지런히 트레이에 정리하는
동안 모르모트 씨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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