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열린 후의 이 시대에
천사의 나팔이 길을 인도하고
너희 가운데 단 한 생명만이
이 땅 위를 이롭게 하리라
세상이 열리고 수만 년이 흘러
오색 빛 하늘에 계단이 내리고
만남과 축복과 애도의 신령이여
만물의 종언을
굽이치는 파도에 날 데려다주오
종말의 끝에 울려 퍼지는 선율에
몸을 맡기면 사라질 꽃과 같이
비명 치는 영령들의 손짓을 따라
넘실대는 푸름 속에서 속삭여 오는
연의 노래를 내게 들려주오
하늘은 바다와 만나 빛을 이루고
가장 순수한 영혼을 바치었나니
만물의 지존. 우주의 왕이시여
부디 죄를 사하여 주오
타오르는 불길에 날 이끌어주오
종말의 끝에 내려앉은 폭풍 속에서
눈을 감으면 그칠 바람과 같이
진흙 속에 파묻힌 백옥의 꽃잎이
수만의 입을 벌려 산 제물을 탐하네
이내 가라앉으리라
파도여 좀 더 높이 쳐, 온 흙을 집어삼키렴
거센 폭우와 태양 빛과 짐승들의 포효가
저 심해 아래까지 닿도록
작디작고 작은 손바닥 안 한 줌의 세상이
갈기갈기 찢기고 재가 되어 빛바랠 순간
이 내 눈동자를 마주 보라
이제 안식을 맞겠네
무너지는 천지에 날 데려다주오
차갑게 피어나는 연의 꽃봉오리에
입을 맞추면 끝이 나겠지
소리치는 생명의 절규와도 같은
차오르는 새벽달께 올리는 유서에
부디 눈물을 떨어뜨려주오
부디 낙원을 맞게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