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넓이 1미터가량
골목길을 마주했어요
배달 첫날이었죠
오토바이 안 탄지
10년 넘었지만
용기를 냈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웬걸
가다 보니
오르막 골목길이네요
용기를 냈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어어어
하다 보면 브레이크 끼익
어어어
하다 보면 손잡이가 벽에 쿵
어어어
하다 보면 식은땀이 줄줄
어어어어
어어어어
이건 불가능해 보였어요
오토바이를 버리고
냅다 뛰어가려는 찰나
내 뒤꽁무니를 따라붙은
우편배달부 아저씨
나를 비켜 세우시더니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지셨어요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이렇게 멋있었나
넋을 잃고 바라보았어요
다시 용기를 냈어요
오토바이에 앉아
우편배달부 아저씨의
드라이빙 스킬을
떠올려 봤어요
그런데 웬걸
점이 됐던 아저씨가
오르막, 아니, 내리막을
벌써 내려오고 있어요
어어어어
아저씨께 물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이 좁은 길을
그렇게 운전할 수 있냐고
어어어어
아저씨가 말했어요
길이 좁으면 더 과감하게 밟아요
그래야 넘어지지 않아요
길이 넓으면 마음대로 운전해요
하지만 길이 좁고 오르막이면
앞만 보고 냅다 달려야 해요
몇 번 하다 보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거예요
골목에 개똥들 제일 조심하고
그럼 수고하세요
어어어어
어어어어
어어어어어어어어
이건 불가능해 보였어요
오토바이를 버리고
냅다 뛰어가려는 찰나
내 뒤꽁무니를 따라붙은
우편배달부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