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우거진 깊은 숲속에 새들이 모여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숲속에는 새들의 왕이 없없어요.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왕으로 뽑기로 했어요. 새들은 저마다 예쁘게 꾸미느라 바빴어요. 깃털을 고르고, 호수가에 서 목욕도 했어요. 물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며 단장을 했지요.
“알록달록 예쁜 내 깃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 그러니 왕은 나 앵무새가 되어야 한다구.”
“부엉부엉! 나같이 크고 멋진 눈을 가진 새 있으면 나와보라지. 왕이 되려면 이정도는 되어야 한다니까.”
“눈처럼 하얀 깃털에 늘씬한 몸매! 쭉쭉 뻗은 긴 다리를 가진 새가 나 말고 어디 있니? 아름다움의 끝판왕! 새들의 왕은 바로 나! 두루미야.”
“삐추 삐추! 내 선명한 연두색 깃털은 환상적인 매력을 뽐내지! 아름다운 깃털 색깔로 말하자면 나 동박새를 날 따라올 새는 아무도 없다고!”
그런데, 너나없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자리에 끼지도 못하고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던 작은 새가 한 마리 있었어요. 바로 까마귀에요.
“너희들은 정말 다 예쁘구나. 그런데 난… 온통 시커멓고 볼품없는 모습이야. 난 하필 왜 까마귀로 태어났을까…”
까마귀는 자기의 모습에 실망했어요. 한참동안 말없이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던 까마귀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어요. 새들이 ‘푸드덕!’하고 날아간 자리에 새들의 깃털이 우수수 떨어져 있는 것이었어요!
“어? 깃털! 좋았어!”
드디어 왕뽑기 대회날이 되었어요.
먼저 공작새가 화려한 날개를 쫙 펴고 무대로 걸어나왔어요.
“안녕하십니까? 프랑스의 한 화가는 저의 깃털을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고 칭찬했답니다. 환상적인 예술처럼 우리 새나라를 멋진 나라로 만들 수 있는 새는 바로 저! 공작새입니다.”
다음은 노오란 빛이 아름다운 꾀꼬리가 사뿐사뿐 무대 위로 걸어나왔어요.
“꾀꼴꾀꼴 꾀꼬르르르! 안녕하세요? 외모면 외모, 노래면 노래!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저 꾀꼬리를 새나라의 왕으로 뽑아주세요! 꾀꼬르르르!”
심사위원인 산신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새들의 자랑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모든 새들이 나와서 한껏 뽐내고 있는데, 맨 마지막으로 무대 위를 걸어오는 새가 있었어요. 노란 깃털, 빨간 깃털에 보라, 브라운, 흰색, 주황색 깃털로 알록달록 치장하고, 긴 꼬리를 너울너울 흔들며 걸어오는 이 새는 우아하고 환상적이었어요.
산신령이 깜짝 놀라 입이 떡 벌어졌지요. 다른 새들도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어요. 알록달록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대 위를 한바퀴 돌았어요.
산신령은 아름다운 알록달록새를 새들의 왕으로 임명하려고 했어요.
바로 그 때, 꾀꼬리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어요.
“어머어머어머! 저건 내 깃털이잖아?”
옆에 있던 공작새도 자기 깃털을 알아보았어요.
“앗, 저 깃털은 내꺼라구!”
새들은 모두 알록달록새에게 다가와 자기의 깃털을 뽑아갔어요.
두루미는 하얀색 깃털을 뽑아가고, 어치는 갈색 깃털을 뽑아갔어요.
딱따구리는 얼룩얼룩한 깃털을 뽑아갔지요.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새가 있던 자리에는 온몸이 까만 까마귀가 서 있었어요.
까마귀는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어요.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 버렸어요. 그 후로 이 숲 속은 한동안 조용했어요.
그런데 새들이 모여 또 이러는 거에요.
“아무래도 왕이 있긴 있어야 할 것 같아. 이번에는 아름다운 것으로 뽑지 말고, 누가 제일 힘이 센가를 겨뤄서 왕을 뽑자!”
“아니야, 누가 노래를 제일 잘하는가를 겨루는 게 좋겠어.”
“아니 아니 아니야. 누가누가 제일 머리가 좋은지를 봐야 해.”
새들은 옥신각신 다투며 새로운 왕이 될 새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어요.
과연 이 새나라에서는 어떤 새가 왕으로 뽑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