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고연 놈들이로고. 산 사람 앞에 음식을 놓고 ‘허 쉐’라니.”
어사또 부채를 거꾸로 쥐고 운봉 옆구리를 콱 찌르며,
“여보, 운봉 영장.”
운봉이 깜짝 놀래어,
“허허, 이 냥반 왜 이러시오?”
“저기 저 본관 상에 놓인 갈비 한 대 먹게 해주오.”
운봉이 통인을 불러,
“네 저 상의 갈비 갖다 이 어른께 올려라.”
어사또 다시 부채꼭지로 운봉 옆구리를 콱 찌르니 운봉이 깜짝 놀래,
“아니 여보시오, 손은 놔두고 말씀만 허시오.”
“사람의 입은 일반이니, 관장네 자시는 술 한 잔 먹읍시다.”
운봉이 받았던 잔을 어사또에게 주었것다. 본관이 보고 홰를 내며,
“운봉은 거 웃는 것을 다 청하여 좌석을 문란케 하는구려.”
본관이 어사또를 보고 ‘저 행색에 무슨 글이 들었으랴?’ 하고 어사또를 내쫓을 양으로 문제를 내것다.
“자, 좌중에 통할 말씀이 있소. 관장네 모인 자리에 글이 없어 무미하니 우리 글 한 수씩 지읍시다. 만일 못 짓는 자 있으면 곤장 때려 내쫓기로 합시다. 운자는 내가 내리다 기름 고, 높을 고.”
어사또 이 말 듣더니 운봉에게 넌지시 허는 말이,
“여보시오 운봉 영장, 나도 부모님 덕택에 천자권이나 읽었으니 내 먼저 짓겟소. 거 지필묵 좀 빌려주시오.”
운봉이 통인을 불러,
“네 이 양반께 지필연 올려라.”
어사또 지필연 받아 일필휘지하야 선뜻 지어 운봉 주며,
“변변치 못하니 운봉 혼자 보시오.”
운봉이 받어 페어보니, 글씨가 명필이요 글 속에 일이 들었는지라. 곡성에게 눈짓허여 밖으로 나와 글을 읽는디 소리허는 사람은 시창으로 읊것다.
[시창]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 만성고라.
촉루낙시에 민루낙이요,
가성고처에 원성고라.
[자진모리]
글 읊기 지듯 마듯, 폐립 쓴 역졸 하나 질청을 급히 와서 무슨 문서 내어 놓으며,
“어사또 비감이오.”
이방이 황겁하야 비감을 받어들고 동헌을 급히 가서,
“어사또 비감 올리오.”
좌상의 수령네가 모두 다 황겁허고 본관이 겁을 내어 비감을 떼려는디 수전증이 절로 난다.
“본부 수리행 각창색 진홀감색 착하뇌수허고 거행형리 성명을 고하라.”
동헌이 들썩들썩 각청이 뒤놓을제,
“본부 수리행 각창색 진홀감색 착하뇌수허고 거행형리 성명을 고한 연후, 삼행수 부르고 삼공형 불러라. 위선고량 신칙허고 동헌 수레차로 감색을 차정하라.”
공형을 불러 각고하기 재촉, 도서원 불러서,
“결총이 옳으냐?”
전대동색 불러 수미가 줄이고 군색을 불러 군목가 감허고 육직이 불러서 큰 소를 잡히고 공방을 불러 음식을 단속, 수로를 불러 거회도 신칙, 사정이 불러서 옥수를 단속, 예방을 불러 공인을 단속, 행수를 불러,
“기생을 단속하라.”
그저 우군 우군 우군 우군 우군. 남원 성중이 뒤눕는디, 좌상의 수령네가 혼불부신허여 서로 귀에 대고 속짝속짝,
“남원은 절단이오. 우리가 여기 있다 초서리 맞기가 정녕허니 곧 떠납시다.”
운봉이 일어서며,
“여보 본관장, 나는 지금 떠나야겄소.”
본관이 겁을 내어 운봉을 부여잡고,
“조금 지체 허옵시오.”
“아니오. 오늘이 우리 장모님 기고일이라 불참허면 큰 야단이 날 터이니 지금 떠나야겄소.”
곡성이 일어서며,
“여보 본관장, 나도 떠나야겄소.”
“아니, 곡성은 또 웬일이시오?”
“나는 초학이 들어 오늘이 직날이라 어찌 떨리는지 시방 떠나야겄소.”
그때여 어사또는 기지게 불끈,
“에, 잘 먹었다. 여보 본관 사또, 잘 얻어 먹고 잘 놀고 잘 가오마는 섯들허니 낙흥이오.”
본관이 홰를 내며,
“잘 가던지 마던지 허지, 분요헌 통에 수인사라니.”
“그럴 일이오? 우리 인연 있으면 곧 또 만납시다.”
어사또 일어서며 좌우로 살펴보니 청포 역졸 수십 명 구경꾼에 함께 섞여 드문 듬썩 늘어서 어사또를 바라볼 제, 뜰 아래 내려서며 눈 한번 끔적, 부채짓 까딱, 발 한번 툭 구르니, 청포 역졸 수십 명이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메고 달 같은 마패를 해 같이 들어메고 사면에서 우루루루루루. 삼문 화닥 딱.
“암행어사 출두야, 출두야, 출두야, 출두 하옵신다.”
두 세 번 외는 소리 하늘이 답싹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고 백일 벽력 진동허고 공중에 불이 붙어 가슴이 다 타진다. 각 읍 수령이 겁을 내어 탕건 바람 버선 발로 대숲으로 달어나며,
“통인아 공사 궤 급창아 탕건 주워라.”
대도 집어 내던지고 병부 입으로 물고 흘근실근 달어나며,
“허허, 이게 웬일이냐?”
본관이 겁을 내어 골방으로 달아나며 통인의 목 부여안고,
“날 살려라, 날 살려라. 통인아 날 살려라.”
역졸이 장난헌다. 이방 딱,
“아이고.”
공형 공방 딱,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살려주오. 역졸님네 살려주오. 내가 삼대독신이오. 어따 이 천하 몹쓸 아전 놈들아, 좋은 구실은 너그가 허고 천하 몹쓸 공방 시켜 이 형벌이 웬일이냐?”
공형 아전 갓철대가 부러지고 직영통이 떠나가고 관청색은 발로 채어 발목 삐고 발 상헌 채 천둥지둥 달어나고, 불쌍허다 관로 사령 눈 빠지고 코 떨어지고 귀 떨어지고 덜미쳐 엎어지고 상투 쥐고 달어나며,
“난리났네.”
외는 놈과 깨지나니 북 장구요, 둥그나니 술병이라. 춤 추던 기생들은 팔 벌린 채 달어나고 관비는 밥상 잃고 물통 이고 들어오며,
“사또님 세수 잡수시오.”
공방은 자리 잃고 멍석 말어 옆에 끼고,
“어따, 이 제기를 붙을 자리가 어찌 이리 무거우냐?”
사령은 나발 잃고 주먹 쥐고, 홍앵 홍앵 홍앵.
운봉은 넋을 잃고 말을 거꾸로 타고가며,
“어따 이놈 마부야, 이 말이 운봉으로는 아니 가고 남원으로 부드등 부드등 들어가니 암행 사또가 축전 축지법을 허나부다.”
“사또님 말을 거꾸로 탔으니, 다시 내려 옳게 타시오.”
“인제 언제 옳게 탈꼬? 말 모가지를 쑥 빼어다 엉덩이에다 둘러 꽂아라.”
이렇듯 잔말허며 풍진이 일어나 장판교가 되었는디,
[아니리]
“훤화 금하라.”
“훤화 금하랍신다.”
“훤화 금허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