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도련님이 춘향을 내려놓더니,
“춘향아, 사랑가도 품앗이다. 내가 너를 업어줬으니 너도 나를 업어줘야지.”
“내가 도련님을 무거워서 어찌 업어요?”
“내가 너 업듯이 업으라는게 아니라 네 양 어깨에다 내 두 팔을 들어 얹고 너 다니는 대로 징검징검 따라다니면 되지 않겠니?”
춘향이가 할 수 없이 도련님을 업고 노는디 부끄러워 서방님 소리는 못허고 ‘방’자는 빼 버리고 ‘서’자만 부르며 놀것다.
[중중모리]
“둥둥 내서, 둥둥 내서. 도련님을 업고 보니 각읍 수령을 업은 듯, 팔도 감사를 업은 듯, 육판서를 업은 듯, 삼정승을 업은 듯, 보국 대신을 업은 듯, 남병산 높이 올라 동남풍을 빌어 내던 공명 선생을 업은 듯, 좋을 호자로 운달 제, 부용 모란의 해당화 탐화봉접이 좋을 호, 소상 동정 칠백리 일생홍안이 좋을 호, 단산 고고 제일봉의 봉여황혜 좋을 호, 동방화촉 오늘 밤에 삼생가약이 좋을 호, 둥둥둥둥 어허 둥둥둥 내서.”
도련님이 그저 좋아라고,
“이 얘 춘향아, 말 들어라. 너고 나고 단둘이 노는디 무엇이 그리 부끄러냐? 방자 좀 마저 넣어다오.”
춘향이도 파겁이 되어,
“둥둥 내 서방, 이리 보아도 내 서방, 저리 보아도 내 서방.”
도련님이 그저 좋아라고 대답을 백번 천번 장리 쳐서 허는디, 그저
“와야 와야 와야 와야 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