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먹을 쥐는 것은
하나의 단단한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함이 아니요,
부풀어오르는 가슴,
그 속의 불길을 내뿜기 위함이 아니요,
조용한 물가에 거품을 일으키는
한 마리의 고기를 잡기 위함이 아니요,
저 높은 곳을 향해
날개를 달기 위함이 아니다.
다섯 손가락이 조용히 긴장하는
손 안의 작은 공간에서
무한히 열리는 삶을 위한 길로 들어서고자 함이니.
태권도는 하나의 길이요 곧 삶의 길이라.
몇만 년의 세월을 넘어
동방의 찬란한 문화가 이것에서 다시 핀다.
흩어지면 반드시 모이는가
이에서 우리는 모든 것이 하나가 됨을 보노니
나는 나 자신과 하나가 되어 완전한 내가 된다.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어 사람이 된다.
생각과 동작이 하나가 되어 무념무상(無念無想)이 된다.
가치와 사실은 하나가 되어 의미가 된다.
움직임과 멈춤이 하나가 되어 조용함이 된다.
부드러움과 굳셈이 하나가 되어 강함이 되고
강함과 약함이 하나가 되어 부드러움이 된다.
그림과 지움은 하나가 되어 모습 없는 그림이 되고
영원과 순간이 하나가 되어 가능성이 되며
나와 다른이가 하나가 되어 우리가 된다.
하늘과 땅은 하나가 되어 세상이 된다.
죽음과 삶은 하나가 되어 인생이 된다.
내쉼과 들이마심이 하나가 되어 돎이 되고
손과 발이 하나가 되어 무(武)가 되며
무(武)와 문(文)이 하나가 되어 무예가 되고 이는 곧 철학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다시 하나가 되고
완전한 하나는 곧 없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이 그 정점에 달할 때
있고 없음의 차이가 없나니
그런 아무 것도 없는 가운데 나는 홀로 선다.
그러면 나와 남 그리고 우리가 한꺼번에 생겨나고
진정한 내가 흔들림이 없이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