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 황공 대왈,
“신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목을 우므렸다 늘였다 진퇴를 맘대로 하옵고,
홍문연 번쾌쓰던 도리방패 졌사옵고,
또한 수족이 너이오라 강상의 둥덩실 높이 떠 망보기를 잘하와
인간 봉패는 없사오나,
해중지소생으로 토끼 얼굴을 모르오니,
그 화상이나 자세히 그려주옵소서.”
그 말이 옳다 허고,
화공을 불러라
화공을 불러라
화공 불러들여 토끼 화상을 그린다
연소왕의 황금대 미인 그리던 명화사
남국천자 능허대 일월 그리던 화사
동정유리청홍연 금수추파 거북연적
오징어로 먹 갈아,
양두화필을 덥벅 풀어
단청채색을 두루 묻혀
백능설화간지상의 이리저리 그린다
천하명산 승지간의 경개보던 눈 그려,
난초, 지초 왼갖 향초
꽃 따먹던 입 그리고,
두견, 앵무 지지 울 제,
소리 듣던 귀 그려,
봉래, 방장 운무중의 내 잘 맡던 코 그리고,
만화방창 화림중 뛰어가던 발 그려,
대한엄동설한풍 방풍허던 털 그리고,
신농씨 백초약으 이슬 털던 꼬리 그려,
두 귀난 쫑긋, 두 눈 도리도리,
허리 늘씬, 꽁지 묘똑 좌편 청산이요, 우편은 녹순디
녹수청산의 애굽은 장송 휘늘어진 양류 속,
들랑날랑 오락가락 앙그주춤 섯난 모냥
아미산월의 반륜퇸들 이어서 더 할 소냐
아나 별주부야, 늬 가지고 나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