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한 숲에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동물들은 사이좋게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평화로운 숲에 문제는 딱 하나였어요.
그 문제는 바로 욕심 많은 호랑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덩치 크고 못된 호랑이는 늘 으르렁거리고
발톱을 세우며 동물들을 못살게 굴었어요.
“뭘 봐! 어디 덤벼보라고!”
동물들은 모두 호랑이를 싫어했지만
힘이 센 호랑이에게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나무가 많은 숲에는 맑고 깊은 강도 있었습니다.
강에는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동물들은 물고기들을 쉽게 잡아먹지 못했습니다.
강이 워낙 깊어 자칫 빠지면 위험했기 때문이었어요.
“물고기 한 마리 겨우 잡으면 맛만 보니까 너무 아쉬워.”
“그러게. 물고기 한 번 배부르게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
동물들이 말한 소원을 하늘이 들은 걸까요?
장맛비가 거세게 내리는 여름날이었습니다.
“우르르- 꽝꽝!”
하늘이 번쩍 빛나며 벼락이 강으로 떨어졌어요!
“으악, 도망쳐!”
벼락을 맞은 물고기들이 강 위로 둥둥 떠올랐습니다.
비가 그치자 동물들은 하나둘씩 강가로 모여들었어요.
“물고기들이 엄청 많다!”
“잔치다 잔치야!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겠어!”
강 위에 떠있는 물고기들을 보며
동물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때, 익숙한 으르렁거림이 들려왔습니다.
“모두 비켜!”
역시나 호랑이었어요. 동물들은
호랑이를 보자마자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습니다.
“물고기 먹기는 다 틀렸네..”
아쉬운 마음에 동물들은
쉽게 강가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호랑이는 커다란 발을 뻗어 강 위에 둥둥 떠있는
물고기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습니다.
“흐흐- 평생 먹을 물고기를 다 가져가야겠군.
이게 웬 횡재냐.”
호랑이는 입으로는 물고기를 씹으며
룰루랄라 계속해서 물고기를 모았습니다.
호랑이만의 축제인 것 같았습니다.
“잠깐.”
그런 호랑이를 뒤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곰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물고기들이 이렇게 많은데
호랑이 너 혼자 다 차지하는 건 너무 불공평해!”
호랑이는 그런 곰이 못마땅했습니다.
하지만 곰의 덩치도 어마어마하게 커서
함부로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 걸 달라고?”
“넌 이미 많이 가져갔잖아.
더 가져가지 말고 남은 물고기들은 우리도 먹어야겠어!”
배가 부른 호랑이는
물고기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물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미 다 들고 가지 못할 만큼 많이 챙겼거든요.
물고기를 하도 많이 먹어서
뱃속에서 물고기들이 뛰노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그래라, 먹든지 말든지~.”
호랑이는 유유히 강가를 떠났습니다.
“와~!”
호랑이가 떠나자 동물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습니다.
너도 나도 물고기를 잡고 신나게 뜯어먹었습니다.
“곰아,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물고기를 먹게 됐네.
고마워.”
“맞아, 정말 용감했어.”
“같이 먹자, 이리 와, 곰아.”
모두가 배 터지게 먹을 만큼 물고기가
많이 남아있지는 않았지만 동물들은 즐거워하며
다 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한편, 호랑이는 물고기를 동굴로 가져갔습니다.
그러고는 가지고 온 물고기를 한 쪽에 우르르
쏟아부었어요. 동굴 가득 쌓인 물고기들을 보며
호랑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낄낄- 사계절 내내 먹어도 배부르겠다.
아유~ 맛있겠어. 꼴깍.”
물고기를 배부르게 먹지 못한 동물들은
다른 먹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과일과 도토리 등등 숲에 있는
맛있는 것들을 부지런히 모았어요.
“날이 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먹을 것을 모아두자.”
느린 곰은 다른 동물들보다 늦게
겨울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겨울나기를 할 만큼의
충분한 먹이를 찾지 못했습니다.
“큰일 났네..
준비를 너무 늦게 시작했나 봐. 이걸 어쩌지..”
“똑똑.”
“누구세요?”
“곰아, 집에 있니?”
문을 열자 동물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다들 웬일이야?”
“곰아, 겨울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어. 우리는 충분한 먹이를 모아뒀으니
걱정 말고 받아.”
동물들은 각자 가지고 있던 먹이들을 꺼내어
곰에게 주었습니다. 곰의 양손은 금세 가득 찼습니다.
“얘들아, 고마워. 덕분에 풍족하게 겨울을 나겠어.”
“아니야, 우리도 너 덕분에 물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잖아. 힘들 때 서로 도와야지.”
동물들은 흐뭇하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람!”
저 멀리서 호랑이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름이 지나자 동굴 안에 가득하던 물고기가
다 상해버린 것이었습니다.
동굴 안에는 생선 썩은 냄새가 진동했어요.
“이게 뭐야!”
호랑이는 먹을 수 없게 되어버린 물고기들을 내던지며
길길이 날뛰었어요. 쓰레기가 되어버린 물고기를
치우는 것도 일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일이
호랑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올겨울은 뭘 먹고 지낸담..!”
호랑이는 가득 쌓아 놓은 물고기만을 믿고
아무런 겨울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호랑이는 더 추워지기 전에
먹이를 찾으러 뛰어나갔지만
숲에는 과일 한 조각, 도토리 한 개도
굴러다니지 않았습니다.
“다른 동물들이 벌써 다 가져갔나 보군.”
호랑이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여기저기 동물들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어디로 숨었는지 동물들은 보이지 않았어요.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처럼 굴던
욕심 많은 호랑이는 결국 쫄쫄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겨울의 차가운 눈을 맞을 수밖에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