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의 기차

셀린셀리셀리느
07. 도망자의 기차
달리는 기차 안으로
지는 해가 들어와
구석구석 비추며
나를 찾는다

어디엔가 반사돼
부서진 빛 한 가닥이
날카롭게 나의 눈을 찌른다
나는 커튼 뒤로 몸을 웅크린다

지금 내가 등지고 떠나온 곳에는
익숙한 사거리 위
한 켠에 네 뒷모습이 있고
뒤돌아보려 할 때에
고장 난 필름처럼
수없이 되풀이 되지만
한 순간도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는다

달리는 기차 안으로
지는 해가 들어와
결국 날 찾아내고는
내 눈을 멀게 만든다

달려라, 달려라, 기차여 달려라
저기저, 낡은 바다로부터
달려라, 달려라, 기차여 달려라
저기저, 무서운 우연으로부터
달려라, 달려라, 기차여 달려라
기차여 멈추지 말아라

도망자의 기차여

봐라, 아직도 지는 해가 나를 좇는다
봐라, 아직도 지는 해가 나를 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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