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동
Album : 길
Composition : 안재동
Composing : 안재동
바다가 길을 삼켰다. 그러나 바다는 길을 삼켰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바다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리라.   “길이 외로워 보여서” 혹은 “사람이나 바람 따위의 존재들이 쉴 새 없이 가한 상처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고 싶었을 뿐”이었노라고.
 그런데 바닷물에 잠겨버린 그 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제 몸을 뒤덮어버린 바다 속에서 길은 물에 대한 저항감을 느낄까? 아니면 어머니의 뱃속에 든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까?
 길은 있다가도 어느 샌가 사라진다. 길은 없다가도 어느 샌가 생겨나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나 길 위에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길을 찾는다. 그렇게 길만 찾다가 한평생을 마감하게 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아니, ‘더러’ 정도가 아니라, 그런 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 우리 개개인의 운명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걸어온 길을 자꾸만 되돌아보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한번 지나친 길은 두 번 다시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평생 길이란 것을 걷고 있다. 아니, 어쩌면 걸어야만 한다.  길은 곧 우리의 생명이다. 길이 끝난 곳에 서본 적이 있는가? 그럴 때 그대는 어떤 생각을 했는가? 걸어온 길로 되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서라도 앞으로 또 앞으로, 끝없이 나아갈 것인가?
 길이 끝난 곳 혹은 있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버린 길 앞에 서게 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그대의 연인 혹은 그대의 혈육을 꼭 만나고 싶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길을 열고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면? 길을 다시 연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길은 그냥 길일 뿐이다. 그대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길은 절대 제 스스로 알려주지 않는다.
 세상엔 영원한 길은 없다. 그런가 하면 세상엔 영원한 길도 있다. 세상엔 길 아닌 길은 없다. 그런가 하면 세상엔 길 아닌 길도 있다.
 길은 단 하나 뿐일 때가 있다. 길은 무수히 많을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발은 단 하나의 길 위에만 놓일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길을 열고자 다른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골육상쟁의 피바람도 마다하지 않는다. 길은 어느 누구에게도 저항하지 않는다. 저항하는 길은 사람의 길일 뿐이다.
 길은 있으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길은 보이되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있는 길도 보지 못하고, 없는 길도 볼 수 있을 때가 있다.  길에 들어서면 한시 바삐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어 한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조급증이 일 때가 있다. 도보로 길을 갈 때보다 자동차 같은 기계장치에 몸을 싣게 될 때 더욱 그러하며 속도까지 붙게 된다.
 길은 짧으나 길게 에둘러 가야만 될 때가 있다. 길이 짧은데도 에둘러 다닐 때도 있다. 에둘러 가는데도 더 빠르게, 더 만족스럽게 도착할 때도 있다. 왜 에둘러야만 했는지를 모를 때도 있고, 뒤늦게 깨닫고 한탄하는 경우도 있다.
  길은 어떤 사람에겐 잘 보이고 어떤 사람에겐 잘 보이지 않는, 참 알 수 없는 존재이다. 길은 사람을 정말 기분 좋게 할 때도 있고, 참으로 짜증나게 할 때도 있다. 길을 잘 찾아서 목적지에 빨리 도착했을 땐 제 능력, 그렇지 못했을 땐 길 탓으로 돌리는 사람도 있다.
 길 앞에선 친한 사람끼리도 ‘이리 갈까 저리 갈까’ 하는 따위로 다툼을 벌이는 일이 있다. 다툼이 커져 서로 목숨까지 빼앗기도 한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 편 사람과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길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기도 하고 고속도로처럼 단순하기도 하다. 사람은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거미줄처럼 복잡한 수많은 길에 봉착하게 된다. 들꽃 향기 무성한 시골 고향길처럼 정겹고 아담한 길도 있고, 어른 주먹만 한 다이아몬드 서너 개쯤 떨어져 있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거나 죽음을 부를 만한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길도 있다.
 사람은 두 갈래 또는 그 이상의 갈레 길에서면 어느 길로 들어서야 할지 망설이게 마련이다. 누군가 표지판이라도 세워두었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은 길도 있다. 표지판이 있으되 잘 못 된 표지판도 있다. 누군가 고의로 표지판을 잘 못 세워놓기도 한다.


Other lyrics searched

Singer Song title
안재동 성질대로
안재동 사랑아 시인처럼
안재동 그리운 사람
안재동 이 가을에 너는
안재동 가을 낙엽
안재동 건전지와 충전기
안재동 존재와 사랑
안재동 별이 되고 싶다 (2)
안재동 정 주고 마음 주고

Related lyrics

Singer Song title
안재동 이 가을에 너는
안재동 가을 낙엽
안재동 별이 되고 싶다 (2)
안재동 그리운 사람
안재동 정 주고 마음 주고
안재동 건전지와 충전기
안재동 성질대로
안재동 사랑아 시인처럼
안재동 존재와 사랑
미안해 사랑해서




Comment List

No comments avail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