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주세요

형우

오늘 같은 밤이면
술에 취하고 싶어
술을 따라 주세요
오늘따라 술이 물처럼 들어가네요
일단 술에 취하면 모든 것이 편해져
널 그리워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 맘껏 그리워할 수가 있어

나는 여기 살아요
그대 언제 돌아올 지 몰라서
계속 난 여기 있어요
혹시 그대 돌아올 지 몰라서
절대로 떠나지 않아
난 이대로 계속 여기 살거야
함께한 여기 살거야

사실 좀 힘이 들어
여긴 그냥 모두 너야
오늘 내가 걸어 온 길바닥 위에도
니 발자국이 내 눈에는 보여
근데 술에 취하면 세상이 빙빙 도네
그 기분이 아니면 제정신으로
여기에 산다는 게 감히 될 수가 없어

계속 술을 주세요
그대 잠시 잊혀질 지 모르니
계속 더 술을 주세요
혹시 그대 생각 안 날지 몰라
그러니 술을 주세요
무의식이 나는 너무 좋아요
또 한 잔 채워주세요

만약 여길 떠나면
새로운 곳에 가면
슬슬 잊혀지겠지 나는 그게 더 싫어
그냥 더 힘들고 살래
기억이라도 더 길게 가질래
일부러 여기 살아서
난 좀더 힘들어야 해

여기에 살고 싶어 여길 떠나고 싶어
대체 뭐가 맞는지
술이라도 마시면서
오늘도 정신을 놓아야겠어

나는 여기 살아요
그대 언제 돌아올 지 몰라서
계속 난 여기 있어요
혹시 그대 돌아올 지 몰라서
절대로 떠나지 않아
난 이대로 계속 여기 살거야
함께한 여기 살면서
그대를 기다릴 거야

계속 술을 주세요
그대 언제 돌아올 지 몰라서
계속 더 술을 주세요
그 날까지 여기 살아야 하니
절대로 떠나지 않아
난 이대로 계속 여기 살거야
함께한 여기 살면서
그대를 기다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