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아버지와 아들이 살고 있었어요. 이 집에는 당나귀가 한 마리 있었어요.
“아들아, 오늘 시장에 당나귀를 팔러 가자꾸나.”
“네 아버지.”
아버지와 아들은 당나귀를 데리고 장터로 길을 떠났어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동네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당나귀를 타고 가면 편할 텐데, 둘 다 걷고 있네 그려, 쯧쯧.”
이버지는 ‘그 말이 옳다구나!’하고 아들을 당나귀에 태웠어요.
그리고 한참을 타박타박 걸었지요. 마을을 빠져나와 숲 속으로 들어갔지요.
저 멀리서 한 노인이 아버지와 아들을 보았어요.
“늙은 아버지를 걷게 하다니, 젊은 아들이 버르장머리가 없군.”
아버지는 ‘그 말이 옳다구나!’하고 아들을 내리게 하고 대신 당나귀에 올라탔어요.
또 한참을 타박타박 걸었어요.
이웃 마을을 지나게 되었어요.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던 아주머니들이 수군댔어요.
“어머, 저것 좀 봐. 어린 아들은 걷게 하고, 아버지가 당나귀를 타고 가네!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지 않나 봐.”
“맞아 맞아, 어린 아들이 얼마나 다리가 아플까!”
아버지는 ‘그 말이 옳다구나!’하고 아들까지 당나귀에 태웠어요.
잠시 후, 당나귀는 너무 힘이 들어서 비틀비틀 걸었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흉을 보았어요.
“저 작은 당나귀에 두 사람이나 올라탔네! 당나귀가 불쌍하구만.”
“맞아요. 얼마나 무거우면 비틀거리겠어요. “
아버지와 아들은 “그 말이 옳다구나”하고 당나귀에서 내렸어요.
이번에는 기다란장대를 가져와서 당나귀 발을 묶고 어깨에 멨어요.
아버지와 아들은 낑낑거리며 걸었어요.
좁은 오솔길을 지나자, 시냇물이 나타났어요.
“아들아 조심조심 따라오거라.”
“네 아버지”
아버지와 아들은 통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넜어요. 마음이 조마조마했지요.
그런데 바로 그 때, 장대에 묶인 당나귀가 버둥거리기 시작했어요.
냇가에 나와 놀던 아이들과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깔깔 웃었어요.
“하하하, 사람이 당나귀를 메고 가네.”
“이히히, 아하하, 우하하하하 !”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당나귀는 깜짝 놀라 히히힝! 거리며 발버둥을 쳤어요. 아버지와 아들은 위태롭게 통나무나리를 건너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시냇물에 풍덩 빠졌어요. 당나귀도 함께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