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의 밤

등아
Album : 불가시
Composition : 등아
Composing : 등아
Arrangements : 등아
더 커다란 조명을 놓으면
그나마 밝아질까 싶었던
내 방
그 좁아터진 방 안에서
녹아내리듯 걸터앉아
꺼진 모니터 화면만 쳐다보던

죽은 나
온통 어둡고
숨도 막힌다
서둘러서 준비하고 일으키자
아침을 위한 전야제를
종량제 봉투 위의 탱고 추는 날파리 한쌍도
방충망 틈을 비집고 들어온 모기 아줌마도
툭하면 쌈판 위층 강아지와 발정 난 고양이도
괜찮아 괜찮아 뭐 어쩔 거야
성장기가 온 내 우울함은 먼저 자라고 하자
어른들 말 안 듣고 왕따가 된 우리끼리 놀자
맥주 한 캔과 라면 사리로 만찬이 되는
오늘 밤, 이 밤, 그 밤
연희동의 밤이여
부럽지 않고
딱히 가엾지도 않아
어중간한 신세를 욕하기엔
축제는 결코 길지 않으니까
살충제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바퀴 아저씨도
천장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는 꼬마 시궁쥐도
선후배 나눠 인사를 건네는 거미 친구들도
괜찮아 괜찮아 뭐 어쩔 거야
키가 멀대같은 내 열등감도 잠시 내보내자
상처 한 바가지 안고 사는 우리끼리 놀자
단 몇 시간이 오늘을 버텼던 이유가 되는
오늘 밤, 이 밤, 그 밤
연희동의 밤이 끝나고 나면
달이 힘을 잃고 나면
어제보다 커진 내 우울함과
햇살에 신음하겠지
그만큼 우린 악착같을 거야
언젠가 또다시 오게 될
축제를 기다리면서
더 커다란 조명이 없어도
충분히 밝을 수 있었던
이 밤
우리들의 밤이여

Related lyrics

Singer Song title
등아 못난 자들의 무도회
등아 개요
등아 늑대인간
등아 고양이
등아 경계선
등아 낙원
등아 사람사는게다똑같지뭐
등아 말미암아
등아 에로스
등아 유기견




Comment List

No comments avail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