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이별 말이 웬말이오_ (분같은 얼굴은)
모보경, 이상호
Album : 모보경의 정정렬제 완창 춘향가
[아니리]
“오오 그럼 이별 허잔 말씀이오 그려?”
“이별이야 되겠느냐마는 아마도 훗 기약 둘 수밖으 없다.”
춘향이 이 말을 듣더니 얼굴이 푸르락 노르락 허여지며 사생결단을 허기로 드는디,
[진양조]
분같은 얼굴은 저절로 숙여지고 구름같은 머리는 스사로 흩어지고 앵두같은 입술은 외꽃같이 노려지고 샛별같은 두 눈은 동 튼 듯이 뜨고 도련님만 무뚜뚜루미 바라보며 아무 말도 못허고 한숨만 후우, 얼굴이 방재 사색이로구나. 도련님이 겁이 나서 춘향의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이 사람 죽네. 춘향아, 정신채려라, 내가 가면 아주 가는 게 아니다.”
춘향이 그제야 정신이 나서,
“여보시오 도련님ㅡ 무엇이 어쩌고 어째요? 이별 말이 웬 말이오, 참말이오, 농담이오? 우리 당초 말을 헐제 이별 허자고 말허였소? 작년 오월 십오일으 나의 집을 나와겨서, 도련님은 저기 앉고 춘향 나는 여기 앉어 천지로 맹세허고 일월로 증인 삼어 상전이 벽해되고 벽해가 상전되도록 떠나 사지 마잤더니, 말경에 가실 제는 뚝 떼어 버리시니 이팔청춘 젊은 년이 독수공방을 어이 살으라고. 못 허지, 못 허여. 나를 두고는 못 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