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포도 농사를 하는 농부가 살고 있었지요
그 농부에게는 아들이 둘이나 있었지만, 두 아들 모두 아버지의 농사를 돕지 않았어요
얘들아 매일매일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하지 말고 이리 와서 농사일 좀 도우렴 지금부터 차근차근 배워둬야 나중에 내가 없더라도 너희들이 이 포도농장을 일궈 나갈 것 아니냐
에이! 어디를 가신다는 거예요? 어디 가지 마시고 계속 아버지가 일하시면 되잖아요
그래요 저희는 일하는 것보다 놀러 다니는 게 더 좋아요
농부는 형제에게 농사일을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게으른 아들들은 전혀 배울 생각이 없었지요
‘휴, 쟤네들을 어쩐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농부는 큰 병에 걸려 일어날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어요
겨우 기운을 차린 농부는 형제를 불러 모았어요
내가 너희들에게 비밀 한 가지를 말해주마 사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포도밭에 귀한 보물들을 숨겨 놓았단다
네? 보물을 포도밭에 숨겨 놓으셨다고요?
그래 만약 내가 죽게 되거든 보물들을 찾아 둘이서 똑같이 나누어 갖거라 알겠지?
네 아버지
결국 농부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슬픔에 잠겨 있던 형제는 어느 날 삽과 곡괭이를 챙겨 아버지가 일궈 놓으신 포도밭으로 갔답니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순 없어 어서 아버지가 숨겨 놓으신 보물들을 찾아야지
형님 말이 맞아요 빨리 땅을 파서 보물을 찾아 똑같이 나누어요
하지만 형제는 포도밭 어디에 보물이 숨어있는지 알 수 없었지요
아버지께서 장소는 말씀을 안 해 주셨거든요
하는 수 없이, 형제는 포도밭 이곳저곳을 파기 시작했어요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찾는담 아우야, 난 이곳을 팔 테니 넌 저기를 파 보거라
알겠습니다 형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동안 밭을 돌보지 않은 탓에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어요
이런, 잡초들 때문에 땅을 파기가 힘들군 우선 이것들부터 뽑아 버려야겠어
아들들은 잡초도 뽑고 돌멩이들도 파내며 어딘가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느라 정신없이 일했지요
하지만 이 넓디넓은 포도밭에서 하루 만에 보물을 찾을 리가 없었죠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고 여러 날이 지났지만 어디에서도 보물은 나오지 않았어요
어휴, 힘들어 대체 아버지는 어디에 숨겨 놓으신 거야?
형님 우리 조금만 더 힘내요 이제 잡초들도 다 뽑아버려서 없고 땅도 거의 다 파보았으니 곧 보물이 나올 것 같아요
그러겠지?
그럼요 그 보물들로 더 이상 일하지 않고 신나게 놀면서 지내자고요
크크크크 생각만 해도 즐겁구나
그러니 빨리 보물을 찾아봐요 형님
쨍쨍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 되었어요
형님! 빨리 이리 좀 와보세요
먼저 포도밭에 도착한 동생이 깜짝 놀라 급하게 형님을 불렀지요
왜? 드디어 보물을 찾은 거야?
아뇨 보물이 아니라 이 포도송이들 좀 보세요 크고 탐스러운 포도들이 주렁주렁 많이 열렸어요
어? 정말이네? 아버지가 계셨을 때도 포도송이들이 이렇게 크진 않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포도를 따서 먹어 본 아들들은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달고 맛있는 포도는 처음 먹어봐
맞아요 맞아 달콤하고 새콤하고 정말 맛있네요, 형님
주렁주렁 달린 포도송이들을 보고 있자니 형제는 마음이 뿌듯해 졌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말씀 하셨던 보물의 뜻도 알게 되었지요
아버지가 숨겨 놓으셨다는 보물은 바로 이 포도들이었어
맞아요! 우리가 그동안 보물을 찾는다고 잡초를 뽑고 땅을 열심히 팠던 일들이 모두, 기름진 땅을 만드는 법이란 것을 가르쳐 주신 거였어요
그렇구나 아우야
아버지의 말씀을 깨달은 형제는 그 후로도 열심히 포도밭을 가꾸며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