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새벽길)

정태춘

주룩주룩 내리는 봄 비에
이 겨울 추위도 풀리고
끝도 없이 내리는 밤 비에
요내 심사도 풀리려나

에헤야 떠나가네
밤마다 꿈마다 가던 길
에헤야 돌아가네
빗길로 한사코 간다네

그렁 저렁 살아서 한 평생
한도 탈도 많다만
풍진속세 그대만 믿고서
나 다시 돌아를 가려네

어서 어서 돌아만 오소서
내 들은 일이야 없건만
새벽 꿈자리 심난한 까닭은
그대 장난이 아닌가

질척질척 비 젖은 황토길
마음은 혹심에 급한데
헐떡헐떡 어두운 새벽 길
외 이리 걸음은 더딘고

(197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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