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mcw
Album : 무중
Composition : mcw
Composing : Eyezeck
Arrangements : Eyezeck
머리가 지끈거리는 피로에 책상 밖으로
한 켠에는 보다만 책들, 덜 마신 페트병
노트도 반쯤 채운, 그대로 말라붙은 볼펜 똥
내 두뇌로 써낸 가사도 비슷한 문제뿐
귀갓길,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갔었네
턱을 타고 흐르는 땀을 찍어서 내가 써낸
말들은 뜨거워, 몇 년이 지나도.
어디로 가는지 몰랐지.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어디든 닿겠지라며 생각
그때쯤 어린 나의 머릿속에는 매일같이
맴돌았던 음악을 쳐먹듯 흡수해가며
뭔갈 이루려 했지. 잠을 깎았어 매일밤
눈을 뜬 아침에는 단전에서 깊은 한숨
내게서 나로 향하는 의심에는 입을 닫구,
묵묵히 기름칠 할 뿐. 숨이 막히는 시간들
고통의 순간뿐 같았는데 난 무슨
이유로 그렇게 움직였었지. 봉우리를
넘지 못한 스물하나의 간절함은 뭐였지
​말로는 알겠는데 기억이 안나 내 감정이
늘 불안감을 눌렀었는데, 수백만번씩.
이미 다 식어버린 커피잔
한 켠으로 좀 치워놔
바퀴달린 의자, 난 두 다릴 편히 핀 다음
hit the space bar 음악을 틀거나 인생의 간격을 띄우지.
희미하게 그려냈던 청사진
활자 위로 가로줄을 두번 그어, 정확히.
핼쑥해진 몰골, 그리고 펜대같은 손목
나를 이루는 다른 것들에게서는 손 놓은
정리안된 주변처럼 어질러놓은 잡념들
잡념이라 치부한 것은, 개화하는 방법을
모르고 지낸 탓, 늘 바라본 시계 바늘
표정이 바뀌기를 기다렸지 한참을
뭔갈 두고 온 기분. 그때 난 짧은 함구를
지킨 뒤 밤의 자락에 조용하게 방 문을
굳게 닫았지. 이런 내가 기억하는 것 보다
난 간절한 적 없었을지 몰라.
얄팍한 자존심으로 돈벌인 내 앞가림이라
했던 것을 보면 또 반복되는 내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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