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중모리]
그때여 향단이 요염 섬섬 옥지갑 봉선화를 따다가 도련님 얼른 보고 깜짝 반겨 나오면서,
“도련님 인제 나오시오? 아씨가 기대리요. 전에는 오실라면 담 밑에 예리성과 문에 들면 기침 소리 오시는 줄 알겄더니, 오늘은 소녀를 놀래시려 가만가만히 나오시네.”
도련님 아무 말이 없이 대문 안을 들어서니, 그때여 춘향 어머니는 도련님 오시면 드리려고 밤참 음식을 장만허다 도련님 반겨보고 손뼉치고 일어서며,
“허허, 우리 사위 오네 그려. 남도 사위가 이리 아질자질 어여쁜가? 밤마다 보건마는 낮에 못 보아 한이로세. 사또 자제가 형제분만 되면 데릴사위 꼭 청허지.”
도련님 아무 대답없이 방문 열고 들어가니, 그때여 춘향이는 도련님을 드리려고 촉하으 침상 놓고 약낭에 수를 놓다 도련님을 반겨보고 단순호치를 열어 쌍긋 웃고 일어서며 옥수잡고 허는 말이,
“오날은 책방에서 무슨 소일을 허시노라 편지 일장이 없사오니 방자가 병들었소, 어데서 친구 왔소, 벌써 괴로워 이러시오? 날 보면 반겨 허시더니 오늘 이리 수심키는 뉘게 내 험담을 들으겼소, 사또께 걱정을 들으겼소? 아, 게 앉지도 못 허시오? 약주를 과음허여 정신이 혼미헌가?”
입에다가 코를 대고 쌍긋쌍긋 맡어 보며,
“술내도 안 나는디. 저녁 이슬의 새벽바람 실섭을 과히 허겼는가?”
이마 우에다 손을 대고 잔득이 눌러보며,
“머리도 안 더우신디.”
겨드랑이에다 손을 넣고 꼭 꼭 꼭 찔러 보아도 종시 대답을 아니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