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도련님 들으시고,
“네 말을 들으니 사세가 그러하나 그는 경박자가 할 일이지 장부행사 그럴 리 있겠느냐. 네가 정히 나를 못 믿겠으면 불망기를 허여주마. 방자야”
“예.”
“너는 어서 들어가 안목이나 잘 살피고 내일 아침 사또님 기침하시기 전에 일찍 나오너라. 주인 마님 모르시게 살짝 나가.”
“예. 소인 일은 걱정 말으시고 도련님 대사나 평안히 지내십시오.”
[자진모리]
방자 영을 듣고 충 충충 충충 걸어 나가는디 마루 밑 청삽사리 컹컹 짖고 내달으니, 그때여 춘향 모친 치마 끈 졸라 매며 닫은 방문 툭 차 열고 우루루루루루루루 쫓아 나와,
“네 요 개. 왜 이리 짖느냐? 워리 워리.”
방자 선뜻 나가거날 춘향모 질색허여,
“아이고 저 도적 놈 왔구나. 네 이 도적놈. 내 집에 외정 없고 늙은 과부 미혼 처녀 우리 모녀뿐이로다. 우리 딸 높은 행실 상중하 알었거든 뉘 수신을 흔들려고 밤 개를 짖기느냐? 칙칙헌 도적놈아, 무고이 야입허다 죽는 줄을 모르느냐?”